남영동 대공분실 훼손한 이재오는 사퇴하라


이재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
사퇴 촉구 기자회견문
<이재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 사퇴 촉구 기자회견문 >
남영동 대공분실 훼손한 이재오는 사퇴하라
박종철 열사가 고문 도중 유명을 달리 한 곳, 김근태 민청련 의장이 10여 일간 수없이 반복된 물고문과 전기고문으로 온 몸이 만신창이가 됐던 곳, 수많은 민주화운동가와 무고한 시민이 고문을 통해 간첩으로 조작됐던 곳, 이 치 떨리는 국가폭력의 현장이 마침내 그 참상을 잊지 않고 기억하기 위한 기념관으로 조성된 오늘입니다. 오늘 이 기념관 조성은 한국 민주주의 역사에 기록될 뜻 깊은 사건으로 기록될 것입니다. 저희 [남영동대공분실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그 누구보다도 가슴이 벅찹니다.
그러나 멀리는 2005년 노무현 정부에서부터 시작해 가까이는 2018년 문재인 정부에서, 기념관 조성을 위해 시민운동을 전개해온 저희는 오늘 개관한 기념관을 보며 더는 참을 수 없는 분노로 호소합니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는 국가폭력의 현장인 대공분실 건물을 업무공간으로 사용하는 일을 당장 중지하십시오.
저희는 2018년 기념관 조성이 결정된 당시부터 남영동대공분실 건물 전체를 국가폭력의 현장으로서 그대로 보존하여 시민들을 위한 전시공간으로 활용할 것을 주장했고, 기념사업회도 동의하여 합의문을 작성했습니다.
그런데 2023년 윤석열 정부에서 임명된 이재오 이사장은 이를 일방적으로 파기하고 업무공간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대공분실 건물 6층과 7층을 기념사업회 사무실로 사용하겠다고 했습니다. 우리는 이재오 이사장 및 상임이사와의 수차례 면담에서 이에 대해 강력하게 항의하고 철회할 것을 요청했습니다. 그러나 아랑곳 하지 않고 강행해서 오늘에 이르렀습니다.
최근 우리의 질의에 대한 답변에서는 6층과 7층은 당시에도 사무실로 쓰였으니 무방하다는 궤변을 늘어놓았습니다. 그런 논리라면 조사실이 있는 5층 이외는 모두 보존할 필요가 없다는 말이 됩니다. 특히 6층과 7층은 고문 수사의 우두머리 박처원의 집무실이 있던 곳이며, 고문 수사관들이 체력단련을 하던 공간입니다. 탐방하는 시민들이 그 사실을 기억하며 다시는 그런 시대가 오지 말아야 한다는 다짐을 하는 공간이어야 합니다. 실제로 애초 전시설계에서 6층과 7층은 탐방자들을 위한 전시공간과 소통공간으로 설정이 됐었습니다. 그런 장소를 기념사업회 직원들만의 업무용으로 전용하겠다는 발상을 시민들은 용납할 수 없습니다.
이번 6,7층 훼손은 갑자기 불거진 일이 아닙니다. 윤석열 정부에서 임명된 이재오 이사장은 취임 이후 연이어 독단적인 결정을 밀어붙였습니다.
2018년 문재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있었던 6월항쟁 기념사에서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를 비롯하여 공공기관, 인권단체들, 고문피해자와 민주화운동 관련자들이 이 공간을 함께 만들고 키워갈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 돕겠습니다.”라고 했습니다. 이에 따라 시민사회와 소통하는 창구인 [민주인권기념관 조성을 위한 공동위원회]를 구성하여 운영해왔습니다. 그러나 2023년 윤석열 정부에서 임명된 이재오 이사장은 취임하자마자 이를 폐기했습니다.
또한 저희는 이곳 남영동 공간은 한국 민주화운동 전체를 담기에는 외지고 협소하며, 최악의 국가폭력인 고문수사의 현장이라는 성격이 더 강하므로 명칭을 남영동대공분실인권기념관으로 할 것을 주장했습니다. 결국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와의 협의 결과 민주인권기념관으로 하기로 했고, 그 결과 문재인 대통령의 기념사에서 그 명칭으로 발표됐습니다. 그러나 이재오 이사장은 윤석열 정부 당시 여당의원이 국회에서 지적을 했다는 이유로 일방적으로 [민주화운동기념관]으로 변경했습니다.
이러한 독단적인 처사에 대해 저희는 여러 차례 면담을 통해 설명하고 항의했지만 돌아온 건 일방통행뿐이었습니다. 이러한 과정이 되풀이된 끝에 마침내 대공분실 본관 건물 2개 층을 업무공간으로 사용하는 만행을 저지르기까지 이른 것입니다.
이제 윤석열 정부는 종식됐고, 이재오 이사장의 독단적 운영도 종식되어야 합니다. 겉으로는 대화한다고 하면서, 실제로는 무시하고 일방통행으로 밀어붙이는 일을 더는 용납할 수 없습니다. 김근태, 박종철, 그 밖의 수많은 고문피해자들의 단체인 우리 [남영동대공분실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요구합니다.
-.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는 국가폭력의 현장인 대공분실 건물 6,7층을 사무실로 사용하는 것을 당장 중지하십시오.
-. 시민사회와 소통하는 모범적인 사례였던 [공동위원회]를 즉각 복원하십시오.
-. 기념관의 명칭에 대해 [공동위원회]에서 다시 논의하십시오.
이재오 이사장이 이상의 요구를 이행할 의사가 없다면 더는 그 자리에 있을 자격이 없습니다. 현존하는 유일한 국가폭력의 현장인 남영동대공분실을 훼손한 이재오 이사장은 사퇴하십시오.
2025년 6월 10일
남영동대공분실을 기억하는 사람들
(경제민주화를위한민생연대, 김근태재단, 남영동대공분실고문피해자모임, 동작역사문화연구소, 무림사건피해자모임, 민족민주열사희생자추모(기념)단체연대회의, 박종철기념사업회, 민주화운동정신계승국민연대, 민청련동지회, 민청학련동지회, 4․9통일평화재단, 서울KYC, 5․18구속부상자서울지부, 용산시민연대, 이내창기념사업회, 전국대학민주동문회협의회,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 80년해직언론인협의회, 학림동지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