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일본총리 방한과 한일 정상회담에 즈음한 한국 시민사회단체, 정당입장

[기자회견문] 기시다 일본 총리 방한과 한일 정상회담에 즈음한 
한국 시민사회단체, 정당 입장

기시다 일본 총리가 오는 7~8일 방한해 한일 정상회담을 갖는다. 지난 3월 윤석열 대통령 일본 방문에 대한 답방 격으로, 윤석열-기시다 정부는 이번 회담으로 한일 셔틀외교가 완전히 복원됐음을 선포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우리 국민에게 깊은 상처와 굴욕감을 남긴 한일 정상회담에 이은 기시다 총리의 방한, 더구나 한국과 일본 모두 연휴인 기간에 급조된 한일 정상회담을 바라보는 우리 국민의 마음은 불안하기만 하다

윤석열 정부는 피해자의 인권을 짓밟은 강제동원 대법원 판결에 대한 해법으로 ‘제3자 변제안’을 내놓으며 일본의 ‘성의 있는 호응’을 구걸했다. 기시다 총리는 지난 3월 16일 한일 정상회담 기자회견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옆에 세워두고 “옛 한반도 출신 노동자 문제”라는 용어를 의도적으로 사용하여 강제동원을 부정하고 “역사인식에 관한 역대 내각의 입장을 전체적으로 계승한다”라고 밝혔을 뿐이다.

정상회담 후에도 일본은 ‘성의있는 호응’은커녕 역사 왜곡 교과서와 독도 영유권 주장으로 화답했다. 결국 기시다 정부가 계승하고 있는 역대 내각의 역사 인식은 식민 지배에 대한 사죄와 반성이 아니라, 역사부정론을 내세워 강제동원과 일본군‘성노예’의 역사를 지우고 미래세대에게 사죄의 숙명을 지우지 않겠다고 한 아베 내각의 역사인식이 아니고 무엇인가.

일본의 입장이 이런데도 윤석열 정부는 도리어 ‘100년이 지난 일로 일본에게 무릎 꿇으라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참담한 역사인식을 그대로 드러냈다.

강제동원 피해생존자 이춘식, 양금덕, 김성주 세 분께서는 일본 정부와 전범 기업 일본제철과 미쓰비시의 사죄와 배상을 분명하게 요구하셨다. 기시다 총리 앞에서 역사적인 강제동원 대법원 판결을 부정하고 피해자의 인권을 짓밟은 윤석열 대통령은 역사의 시계를 되돌린 외교 참사의 장본인으로 기록될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는 한국 대법원의 판결을 존중하여 일본 정부와 전범 기업의 사죄와 배상을 실현하라.

또한 일본 정부는 일본군성노예제 문제에 대해 이미 파탄이 난 ‘2015 한일합의’의 이행을 고집하며, 세계 각지의 평화의 소녀상 철거를 위해 반민주적이고 반인권적인 행태를 되풀이하고 있다. 일본군성노예제와 강제동원 문제에 대한 전쟁범죄 인정,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피해자들에 대한 번복할 수 없는 사죄, 법적 배상, 역사 교과서 기록과 기념, 그 어느 하나도 실현하지 않은 일본 정부와 기시다 총리는 오욕의 역사를 반복하지 말고 지금이라도 역사정의를 실현하라.

일제 강제동원 문제를 졸속 처리한 후 윤석열-기시다 정부는 한일, 한미일 군사협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일 정상회담 직후 윤석열 대통령은 ‘한일, 한미일 3국 간에도 안보협력을 강력히 추진해 나가는 중요성을 확인’했다고 밝혔고, 미국 정부는 곧바로 한미일 확장억제협의체 구성 카드를 꺼내들었다. 이번 한일 정상회담이 조기 개최되는 것은 미국의 강력한 요구에 의한 것이며, G7 정상회의 기간 열리게 될 한미일 정상회담 의제인 한일, 한미일 군사협력을 위한 사전 협의라는 이야기가 일본 언론을 통해 나오고 있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집요하게 재무장을 추진해 온 일본은 지난해 안보 3문서를 개정하고 ‘적기지 공격능력 보유’를 선언한 바 있다. 이제 한국 정부의 지원에 힘입어 침략 역사를 지웠다고 믿는 일본의 군사대국화 속도가 더 빨라지게 될 것이다. 동북아에서 신냉전 대결을 격화하고 일본의 군사대국화를 뒷받침하게 될 한미일 군사협력을 즉각 중단하라!

또 한 가지 시급한 현안은 일본 정부가 도쿄 전력의 후쿠시마 원전 폐로 계획에 맞춰 이르면 6월부터 해양투기를 시작한다는 것이다.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방사성 오염수를 과학적이고 안전하게 관리한다고 강변하고 있지만, 오염수에 포함된 방사성 물질의 종류와 총량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밝힌 적이 없고, 방사성 물질의 ‘생물학적 농축’에 제대로 연구한 적도 없다. 더구나 녹아내린 핵연료를 제거할 방법이 없는 상황에서 고농도의 방사성 오염수가 계속 발생한다면, 30년이 아니라 수백 년이 될지 모르는 해양 투기의 시작이 될 것이다. 일본의 방사성 오염수 해양 투기는 인류에 대한 핵 테러에 다름 아니다. 한국을 포함한 태평양 연안국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방사성 오염수 해양투기를 당장 중단하라!

이번 한일 정상회담이 제대로 된 한일 관계 개선의 출발점이 되려면, 일본은 지금이라도 역사 왜곡을 중단하고 강제동원 문제와 일본군성노예제 문제에 대한 사죄 배상부터 약속해야 한다. 또 독도 문제와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 문제, 방사성 오염수 투기 문제, 일본의 재무장과 한일-한미일 군사협력 등 한일 간 현안들을 보편적 인권과 평화의 입장에서 공정하게 해결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혀야 할 것이다.

윤석열-기시다 한일 정상회담에 즈음해 우리는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1. 일본은 식민지배 역사 왜곡, 독도 영유권 주장 중단하라!
  2. 일제 강제동원, 일본군성노예제 사죄 배상하라!
  3. 일본은 재무장을 중단하라! 한일-한미일 군사동맹 반대한다!
  4. 일본 후쿠시마 방사성 오염수 해양투기 추진을 즉각 중단하라!